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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쿠터 렌트 & 출발!
전날 숙소 주인에게 미리 말해 스쿠터를 렌트했다.
▶ 가격은 3000루피 (한화 약 14,500원 정도?).다소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알아보니 다 이정도 하는 듯 하다. 오히려 나름대로 저렴한 편인듯?
아침은 스리랑카식 쌀국수 'String Hopper'에 달 커리. 스리랑카에 있으면서 질리도록 먹었던 조합이지만, 딱히 질리진 않는다. 무난무난 입에 잘 맞다. 향신료에 큰 거부감만 없다면 대다수 한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메뉴지 않을까 싶다.
첫 행선지는 피두랑갈라 바위다. 담불라에 온 이유는 스리랑카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시기리야를 보러 온 것이지만, 시기리야에 오르면 역설적이게 시기리야를 볼 수 없게 되니.... 우선 인접한 피두랑갈라에 올라 시기리야를 한발짝 떨어진 곳에서 감상하기로 한다.
스리랑카의 도로는 한국과 반대 방향이라 처음엔 어색했지만, 왕복 2차선 도로라 무난했다. 적당히 생각만 하면서 다니니 쓱쓱 잘 다닐 만 했다. 가는 길에 공작, 원숭이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 목격했는데, 특히 공작이 많고 정말 아름다웠다.. 국조인 이유가 있나보다..ㅋㅋㅋㅋ
🏔️ 피두랑갈라 바위 등반
월 말인데도 햇볕이 강해서 가파른 바위 오르다 보니 땀이 미친듯이 흘렀다. 그래도 내 노력을 보상하는 듯 끝까지 올라가니 펼쳐진 파노라마가 장관이었다. 특히 평지 사이에 우뚝 솟은 시기리야의 존재감이란. 그렇게 한동안 끝없는 풍경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피두랑갈라 정상에서 마주친 한국인 형님 한분과 시기리야에 함께 가기로 했다. 스리랑카 여행을 하던 중 처음으로 만난 한국인이라 더욱 반가운 마음이었다! 형님도 스쿠터로 오셔서 더욱 함께 다니기 편했다.
🏰 시기리야 입장
입장료는 35달러였다. 현지 물가 대비 미친 듯이 비쌌지만, 스리랑카의 랜드마크인만큼 입장해보기로 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지었는지, 또 어떻게 그 속에서 생활했을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절벽 같은 바위를 타고 올랐을 고대인들의 고충을 공감하며...ㅋㅋㅋㅋㅋ
시기리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시기리야는 5세기 카샤파 1세(Kashyapa I) 왕이 건설한 고대 요새로, 왕궁과 방어 기능을 갖춘 곳이다.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를 찬탈한 카샤파가 동생 모갈라나(Moggallana)의 복수를 피해 수도를 옮기며 세웠으며, 200m 높이의 거대한 바위 위에 지어진 이곳은 “사자의 바위"라는 뜻을 가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한 바퀴 둘러본 후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나는 꼬뚜(Kottu)를 주문했는데, 씹는 식감이 좋아 꽤 맛있었다. 식사하며 형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젊은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하려 노력하는 점을 높게 사주셨다ㅎㅎ 형님도 대학시절 인도 배낭여행 등등 많은 여행을 다녔는데 좋은 경험이자 추억으로 잘 간직하고 계신다고 한다. 나 또한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돌아봤을 때 좋은 추억으로 남을만한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형님은 캔디에서부터 스쿠터를 타고 오신 터라 빨리 돌아가야 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언젠간 다시 만나겠지.
🏞️ 숨은 명소 - 탈코트 웨아 호수
그대로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중, 전날 검색 중 발견했던 '탈코트 웨아(Talkote Wewa)' 호수가 떠올랐다. 이 호수 앞에서 보면 시기리야와 피두랑갈라가 한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20분 정도 스쿠터를 타고 이동해 도착했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가보길 잘했다. 이곳은 시기리야를 색다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였다. 시기리야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호숫가에서 보트 투어를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있었지만, 나는 돈이 부족해서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냥 말동무가 되어 주셨고, 빈랑 열매를 씹는 방법부터 주변 문화까지 하나하나 보여주셨다. 특정 시기에는 코끼리떼가 오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끼리 불침번을 정해 대비한다고 한다! 코끼리떼가 한번 몰려오면 마을에 큰 피해가 온다고..
🐘 국립공원 방향으로 돌진
아름답게 펼쳐진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다, 문득 코끼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위험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ㅋㅋㅋㅋ 우선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 방향으로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몰려오는 먹구름을 발겼했는데, 내가 가고싶던 방향과 반대쪽이기도 했기에...
물론 스쿠터를 타고 국립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주변까지 가면 코끼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먹구름을 피해 스쿠터로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가 새까만 구름에서만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곳곳에 흩어져 내려 애매하게 내렸다. 다행히 가는 동안 빗줄기가 점차 잦아들었고, 무사히 국립공원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로가 오프로드로 바뀌더니, 신호도 잡히지 않는 구역으로 들어섰다. 고민 끝에 조금 더 가보기로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스쿠터 시동이 꺼져 버렸다. 겨우 125cc 스쿠터로 완전한 오프로드를 달리니 그럴만도 했다. 급히 끌고 달려 다시 시동을 걸었지만, 점점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
몇 분을 더 달리자 작은 마을이 나왔다. 수풀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을이 펼쳐졌는데,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골에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이겠지만, 나에게는 이 낯선 풍경이 왠지 모르게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공포영화의 배경이 될 것만 같은..ㅋㅋㅋㅋ
우선 무시하고 조금 더 가니 오토바이나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은 철조망이 길을 막고 있어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결국 돌아가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코끼리는커녕 흙만 뒤집어쓰고 포기했다ㅋㅋㅋㅋㅋ
☔ 무사 귀환... 하지만 폭우
결국 무사히 돌아왔지만,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가 미친 듯이 내리면서 옷이 완전히 젖기도 했고.. 굵은 빗방울을 스쿠터를 타며 맞으니 아플 지경이었다... 빗방울이 아픈건 또 처음이네ㅋㅋㅋㅋㅋ
숙소로 돌아와 흙과 비로 범벅이 된 옷을 세탁한 후 널어두고 하루를 정리해본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가득했던 하루였지만, 여행의 묘미는 이런 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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